올겨울 첫눈 이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도심 곳곳에서 결빙 구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외관상 식별이 어려운 블랙아이스형 결빙이 증가해, 보행자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 균형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눈·결빙 초기의 노면 변화가 사고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 요인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첫눈이 내린 직후에는 지면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노면 일부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이러한 초기 결빙은 겉으로는 평탄하게 보이지만 실제 마찰력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특히 야간부터 새벽 사이에는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서 노면이 얇은 얼음막으로 뒤덮여 보행 안정성이 더욱 떨어진다.
겨울철 낙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손상으로 지목되는 것은 고관절 골절이다. 고관절은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구조물로, 골절 발생 시 즉각적인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수개월간 일상생활이 제한된다.
또한, 장기간의 침상 생활은 폐렴·욕창·혈전 등 2차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사망률은 1년 내 14.7%, 2년 내 24.3%**로 보고되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민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회복 과정이 길고 독립적 보행 능력 회복이 어려운 질환”이라며 “특히 노년층의 경우 낙상 이후 가벼운 통증이라도 단순히 타박상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 진료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눈 이후 증가하는 낙상 중 엉덩방아 충격은 대둔근과 이상근, 다열근 등 꼬리뼈 주변 조직에 긴장을 유발해 통증과 기능 저하를 만들 수 있다.
초기 증상이 가볍게 느껴지더라도 조직 긴장이 지속되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빙판길에서 균형을 잃을 때 몸을 순간적으로 비틀며 허리 염좌가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초기에는 냉찜질 등으로 통증 조절이 가능하지만 이틀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면 근육·인대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은 골밀도 감소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골절 가능성이 높아, 통증의 정도와 관계없이 의료기관 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겨울철에는 외투와 두꺼운 복장으로 인해 신체 움직임의 범위가 줄어들고 균형 반응이 둔화된다.
보행 시 상체·팔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넘어지는 순간 균형을 회복하기 어려워 낙상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
또한, 긴 복장이나 발목 주변을 제약하는 의류는 보행 패턴을 변화시켜 걸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결빙된 노면은 마찰력 감소로 인해 보행 동작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체중이 발바닥에 실리는 순간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며 균형을 잃기 쉬운데 특히 고령층은 신체의 균형 조절 능력이 낮아져 이러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낙상은 단순히 보행자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 신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며 “특히 초기 결빙기에는 예상치 못한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김상민 교수는 “겨울철 결빙 구간에서는 보행 패턴 자체가 바뀌어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며 “낙상은 단순 타박상이 아니라 고관절 골절과 같은 중증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대비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특히 ▲고령층 ▲골다공증 환자 ▲근감소증 위험군의 경우 겨울철 낙상이 곧바로 중증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첫 통증 발생 시 즉각적으로 병원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