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치료의 핵심 단계인 심폐소생술(CPR)에서 흉부 압박을 중단하지 않고도 심장 리듬을 분석해 제세동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수교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열린 2025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심폐소생협회 젊은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는 ‘병원 내 심폐소생술 중 제세동 필요 리듬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되는 CPR 도중에도 심전도(ECG)를 즉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 CPR 상황에서는 심전도 판독을 위해 반드시 흉부 압박을 잠시 멈춰야 했으나 이 과정에서 심장 혈류 공급이 중단돼 생존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병원 내 CPR 시 약 10초가량 흉부 압박이 중단되고 병원 밖에서는 수십 초까지 멈출 수 있다.
이 짧은 시간이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만큼 흉부 압박을 유지한 상태에서 심전도를 정확히 판독하는 기술은 전 세계 응급의학계가 오랫동안 해결을 시도해온 과제였다.
이 교수팀은 실제 응급실에서 수집한 심폐소생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압박 중 발생하는 ECG 신호를 AI가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해당 AI 모델은 제세동이 필요한 ‘쇼커블 리듬(Shockable rhythm)’을 자동 판별하며, 평가 결과 AUROC 0.8672의 높은 예측 정확도를 기록했다. AUROC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이수교 교수는 “심폐소생술 중에는 가능한 한 흉부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원칙”이라며 “이번 연구는 AI를 통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던 불가피한 공백을 최소화하고, 심정지 환자 처치의 골든타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 고도화되고 의료 현장에 적용된다면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기술은 이미 국내 특허로 가출원 됐으며 향후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통해 응급실, 구급차 등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될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AI 기반 CPR 보조 시스템, 응급 상황 자동판단 알고리즘 아웃오브호스피탈 심정지(OHCA) 대응 솔루션 등 다양한 확장 가능성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기술 개발은 응급의학과 정밀 의료의 영역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AI·디지털 헬스케어와 응급의료의 융합이 본격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향후 이 기술이 전 세계 심폐소생술 프로토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