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하루 종일 피곤하고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평소처럼 먹는데도 체중이 늘어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신체 전반의 기능이 느려지며 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아 신체 대사 속도가 떨어지는 질환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체온 유지, 에너지 생산, 심장·근육·신경 활동 등 거의 모든 생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 전체가 느려지고 둔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피로감과 무기력감, 식사량 변화 없이 증가하는 체중, 추위에 대한 민감성이 있다.
또한. 변비, 피부 건조, 탈모,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등 전신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고, 자가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은 위험도가 더 높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다. 이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갑상선 세포를 스스로 공격해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이외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이후의 후유증, 일부 약물의 부작용, 뇌하수체 질환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갑상선호르몬(T4) 수치를 측정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TSH 수치가 높고 T4 수치가 낮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판단한다. 필요 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갑상선의 구조적 이상이나 염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합성 호르몬제(레보티록신)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약 후 약 6~8주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해 호르몬 수치를 조정하며 수치가 안정되면 6개월~1년 주기로 추적 검사를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 치료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는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며, 지나친 요요 다이어트나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피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호르몬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소영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를 단순한 노화나 스트레스로 오인하기 쉽다”며 “가벼운 증상이라도 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약물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몸이 느려지고 피로감이 지속되는 신호를 간과하지 말고, 생활 속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