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승 의원 / 박희승 의원실
국내 의료기기로 인한 이상사례 보고가 최근 10년 새 급격히 증가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보상 또한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최근 10년간 총 13,758건의 의료기기 이상사례가 보고됐다.
2016년 739건이던 보고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2,116건으로 2.9배 급증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6월 기준)에만 1136건이 보고돼 연말까지 통계가 집계되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사례 유형을 살펴보면, ‘경미한 결과 등 기타’가 10,423건(75.8%)으로 가장 많았지만 ‘입원 또는 입원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3,306건(24.0%)으로 4건 중 1건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또한, ‘회복 불가능 또는 심각한 불구·기능저하’가 15건(0.1%), ‘사망 또는 생명 위협’이 된 사례도 14건(0.1%) 보고되었으며, 실제로 해당 기간 중 4명의 사망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나 부작용을 넘어,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심각한 안전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의료기기 리콜 현황을 보면 자진리콜 1118건, 리콜명령 243건이 내려졌다.
리콜명령의 사유를 분석하면 ▲품질 부적합 54건(22.2%)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위반 50건(20.6%) ▲기타 44건(18.1%) ▲변경 미허가 42건(17.3%) ▲무허가 27건(11.1%) ▲이물혼입 26건(10.7%) 순이었다.
이는 의료기기 제조·유통 과정에서 품질관리 미흡과 절차 위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의료기기 이상사례에 대한 인과관계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단 34건의 인과관계 조사만이 시행됐으며 이 중 7건(의료용 보조순환장치, 개인용 인공호흡기 등)만이 인과관계가 인정됐다.
인정된 사례에 대해서는 허가사항 변경, 안전성 정보 제공 등의 조치가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는 원인조사조차 받지 못한 채 보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7월부터는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에게 사망 또는 중대한 부작용 발생 시 피해보상을 위한 책임보험 또는 공제 가입 의무가 부여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3년이 지난 현재(2024년 9월 기준)까지 피해 보상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보험사·공제조합의 실질적 운영 부재 인과관계 판단 지연, 피해자 접근성 부족 등으로 인해 실효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박희승 의원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상사례 역시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며 “식약처는 의료기기 이상사례의 인과관계 조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책임보험·공제 제도의 실질적 보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가 불합리한 절차로 인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의료기기 피해구제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분야로 기술 혁신과 함께 안전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