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4일 열린 2025년 대한예방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국민건강과 보험재정 관리를 위한 적정진료의 역할’을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급격한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속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션에서는 보험자와 의료공급자,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적정진료를 위한 공단의 추진 방향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의료비 관리 전략 ▲임상현장에서의 과잉 및 과소진료 문제 등을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며 적정진료 문화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 건보공단 김영은 적정진료분석센터장은 고령화로 인한 진료비 증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단의 적정진료 관리 방향을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일부 요양기관의 과도한 진료 행태를 사례로 제시하며, 의료영상검사(CT)와 같은 고가 검사 남용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보험 지출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소아 폐렴 환자 전원에게 CT를 실시하거나 인플루엔자 응급실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하는 등의 사례를 들어 의료진의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대 의과대학 정재훈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비효율적인 전달체계와 불필요한 서비스로 인해 재정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당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음에도 사망률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사례를 제시하며 현재의 과다이용자 중심의 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공급자 모니터링과 피드백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급여기준 정교화와 같은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대 의과대학 오승환 교수(대한진단검사의학회 근거중심진단검사의학위원장)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 검사 주기가 ‘현명한 선택 캠페인(Choosing Wisely)’의 권고 수준인 3개월 주기(연 4회)를 벗어나 과도하거나 과소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 교수는 2024년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과도하지 않은 적정한 검사 주기를 유지할 때 환자의 건강 상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서는 건보공단 급여관리실 박종헌 실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건국대 김형수 교수, 울산대 옥민수 교수, 건ㅂㅎ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정현진 실장 등이 참여해 의료현장에서 적정진료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패널들은 의료진의 자율성과 공단의 관리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이사장은 “공단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인한 재정 누수를 막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자의 급여관리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근거 중심의 합리적 의료서비스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 될 수 있도록 건보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의료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적정진료 환경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션을 통해 공단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보험 재정의 안정성 확보라는 두 축을 조화시키기 위한 현실적 과제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건강보험 제도 운영에 있어 ‘적정진료’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