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 의원 / 서영석 의원실
윤석열 정부가 120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이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연구지원사업이 멈춰 서면서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전공의 연구지원사업)’ 참여자 89명 중 78명, 즉 약 88%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프로그램 참여자 10명 중 9명이 연구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전공의들이 임상 외 분야에서도 연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기초의학, 자연과학, 공학 등 석사·박사·통합학위 과정에 진학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연간 국고보조금 2,000만 원과 기관부담금 1,000만 원을 지원하며, 연구비·장학금·인건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였다. 참여자는 최소 1년 이상, 최대 2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의사단체의 집단 반발이 이어졌고 전공의 대규모 사직 사태로 사업 참여자 다수가 연구를 중단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전공의 연구지원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추진 중인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전일제 박사과정)’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사업 개시 이후 지금까지 총 77명의 박사과정 수료자를 배출했으나 이 가운데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인력은 36명(47%), 순수 연구 전담 인력은 34명(4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창업 1명, 인턴 수련 및 군복무·진로 준비 등 기타 사유가 6명으로 결과적으로 순수 연구 인력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의료·연구 융합 생태계 전반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 의원은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주요 의대의 대학원생과 임상연구 인력들이 중도 이탈하거나 참여를 보류하고 있어, 그동안 어렵게 구축된 의사과학자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과학자는 기초의학과 임상, 과학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약 개발, 의료 인공지능(AI), 정밀진단 기술 등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 양성 실적은 OECD 주요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전원 졸업생 약 3800명 중 기초의학 전공자는 30명 미만에 불과하며 기초의학 전공 교원이 한 명도 없는 의과대학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석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국가 핵심 과제로 내세워 놓고, 정작 스스로 그 토대를 무너뜨렸다”며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연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의사과학자 양성은 단순한 인력정책이 아니라 신약 개발과 의료기술 혁신의 뿌리이며, 이를 복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상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장기적인 연구 인력 육성 프로젝트인 만큼,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제도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즉각적인 사업 복원과 참여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의료기술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