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 의원 / 서영석 의원실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의약품이 상당수가 약국 소재지와 다른 시·도에서 거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약품 유통 및 관리 체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의약품 300만 개 이상이 타 시·도의 약국에서 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체용의약품 판매량의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로 법적으로 배송이 금지된 인체용의약품이 지역을 넘나들며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17개 시·도로부터 약국개설자가 수기로 작성한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판매 관리대장’을 취합한 결과 2024년 기준 동물병원에 인체용의약품을 판매한 약국은 19곳이었으며 이 약국들이 거래한 동물병원 수는 총 5603개소에 달했다.

이는 2020년 3412개소에서 64.2%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판매건수와 판매수량 역시 각각 25.6%, 37.5%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약국의 판매 대상이 대부분 ‘다른 시·도에 위치한 동물병원’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판매된 5603개 병원 중 85.7%인 4,799개소가 약국이 소재한 지역이 아닌 타 시·도 지역에 있었다. 판매건수로는 81.3%, 판매수량 기준으로는 84.3%가 약국과 다른 시·도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통계를 종합하면 전체 인체용의약품 판매건수 194만 6,540건 중 161만 3309건(82.9%), 판매수량 1488만 2255개 중 1271만 8909개(85.5%)가 타 시·도 소재 동물병원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일부 약국들이 인체용의약품을 전국 단위로 대규모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2개 약국과 경기도의 3개 약국은 매년 ‘타 지역 판매 실적 상위 5위’에 오르고 있으며, 이들 약국의 판매병원 수는 2020년 2768개소에서 2024년 4074개소로 46.2% 증가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은 약국 또는 허가받은 점포 외 장소에서의 판매 및 배송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의약품의 변질, 불법 조제, 오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실제로는 타 지역 동물병원으로의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제도적 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영석 의원은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은 그 자체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현재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이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위치한 병원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는 의약품의 변질·오남용 위험뿐 아니라 불법 유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이 약 배송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약국의 판매부터 동물병원의 처방·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기록을 투명하게 남기고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한 행정관리 부실을 넘어 인체용의약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국의 인체용의약품 판매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에 대한 별도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