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시간대 김준범 박사후 연구원(제1저자),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최낙원 교수(공동교신저자), 고려대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봉기완 교수(공동교신저자), KIST 뇌융합연구단 강지윤 박사(공동교신저자) / 고려대 의과대학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최낙원 교수와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봉기완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지윤 박사 공동연구팀이 세포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EV)를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손쉽고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 기반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나노기술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Nanotechnology (IF=35.1, JCR 상위 1.6%)에 9월 24일 온라인 게재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포외 소포체(EV)는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고 단백질, RNA, 지질 등 생체 정보를 운반하는 나노 입자로 암·신경 질환·대사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 및 맞춤 치료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최근 EV가 정밀의료와 신약개발 분야에서 ‘핵심 바이오마커’로 부상하면서 생체액으로부터 이를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초원심분리(ultracentrifugation) 방식은 고가의 장비, 복잡한 전처리 과정, 낮은 처리량 등의 문제로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의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드로젤을 얼린 뒤 빛을 비춰 굳히는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약 400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공이 균일하게 형성된 3차원 다공성(多孔性) 하이드로젤 구조를 구현했다.
이 하이드로젤은 마치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 생체액 속 세포외 소포체를 효율적으로 통과·포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분리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혈액, 소변, 침, 우유, 세포배양액, 위암 환자 복수(ascites) 등 다양한 생체액에서 EV를 직접적으로 추출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세포외 소포체 연구의 가장 큰 난제였던 ‘효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소포체를 분리할 수 있으며 전처리 없이도 고순도·고수율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밀의료, 체외진단, 신약 전달체 개발, 맞춤형 치료제 연구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강지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초원심분리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성·경제성·대량처리 측면에서 모두 우수함을 입증했다”며 “향후 연구자와 산업체 모두에게 실질적인 활용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낙원 교수와 봉기완 교수는 “이번 연구로 연구자나 산업 현장에서 복잡한 장비나 전문 교육 없이도 간단한 공정만으로 고순도의 세포외 소포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정밀 진단과 치료 분야는 물론 차세대 바이오 신산업 전반의 실용적 기반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ERC) 사업, KIST 주요사업, KIST-KU School 운영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논문의 제목은 ‘Meso-macroporous hydrogel for direct litre-scale isolation of extracellular vesicles’이며 지난달 24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논문의 DOI는 10.1038/s41565-025-02011-1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의학·공학의 융합을 통해 세포외 소포체 연구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사례로 향후 정밀 의료의 상용화와 고도화된 신약 개발을 앞당길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