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경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가을은 단풍과 수확의 계절이지만 동시에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 가장 활발히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은 대부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보고되며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해 자칫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증은 오리엔타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 세균을 지닌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질환이다.

털진드기는 초가을에 부화해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10월 중순 이후 기온이 10~20℃로 내려가는 시기에 급격히 증가한다.

매년 국내 환자 수는 약 6000명 수준으로 대부분 가을철에 집중 발생한다. 감염 후 1~3주의 잠복기를 거쳐 오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고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감기로 착각하기 쉽다.

초기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폐렴이나 뇌수막염, 신부전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야외 활동 후 고열이 지속되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다.

감염 시 고열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200명 내외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10월은 SFTS 발생이 가장 많은 시기로, 환자 치명률은 약 18.5%에 달한다. 아직까지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예방이 유일한 방어책’으로 꼽힌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진드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농작업이나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 시에는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고 양말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풀밭 위에 직접 앉거나 눕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야외 활동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착용한 옷은 세탁해 진드기 잔류를 막아야 한다.

특히 진드기 서식이 많은 지역의 경우 불필요한 방문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해야 할 때는 반드시 보호 복장을 갖추는 것이 안전하다.

진드기에 물린 경우 억지로 잡아당기거나 손으로 제거하는 것은 금물이다. 진드기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처치를 받아야 한다.

윤영경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감기 증상과 매우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며 “야외 활동 후 1~3주 이내에 구토, 설사, 두통,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기후 변화로 진드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염 위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생활 속 예방 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백신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잦은 요즘 작은 진드기 한 마리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발열과 두통, 구토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혹시 진드기 감염병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