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 남인순 의원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부터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합법적인 임신중지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아 불법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법 개정과 무관하게 임신중지약 허가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여성의 건강권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하며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 2,600건이 넘는 불법 임신중지약 거래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온라인상 불법 임신중지약 판매 적발 건수는 총 2641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706건 ▲2022년 842건 ▲2023년 0건 ▲2024년 741건 ▲2025년 9월 기준 352건으로, 매년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일반 쇼핑몰과 오픈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SNS, 온라인 카페 등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남 의원이 공개한 법률 자문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며 이에 따른 수입·유통 역시 합법적”이라는 자문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품목허가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부 처분은 위법에 해당하며,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미루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법률 의견까지 제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임신중지약 허가 절차를 미루고 있으며 그 사이 여성들은 불법 온라인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임신중지 의약품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아 사용 중인데 한국만 여전히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불법 유통 약물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임신중지약은 제조·유통 경로가 불분명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심각한 부작용과 건강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며 “식약처가 자문 결과를 알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도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 및 약물 도입이 포함돼 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약 허가를 서둘러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5년에 발표한 ‘입법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에 따르면 임신중지 약물을 구매한 여성의 45.7%가 “약물 사용법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답했으며 42%는 “약효를 확신할 수 없어 불안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입법공백 시기에 약물을 온라인 판매 사이트, SNS, 브로커를 통해 구매했다는 응답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식 의료기관의 임신중지약 처방이 위축되면서,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유통 경로가 활성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남인순 의원은 “법적 공백이 길어질수록 여성의 건강권은 더욱 위협받는다”며 “정부와 식약처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약물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