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발목 부위의 난치성 상처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형년 정형외과 교수 연구팀은 피부 아래 조직이 얇고 상처 감염에 취약한 발목 부위에 ‘지속적 흡인 배액관 치료법’을 적용해 고위험 수술 부위의 창상 치유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발목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지방층이 얇고 뼈·힘줄이 바로 노출되기 쉬워 상처가 벌어지거나 아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술 후 관절액이나 건막윤활액이 지속적으로 상처를 통해 배출될 경우 상처 회복에 필요한 조직 세포가 함께 씻겨 나가면서 감염 위험과 함께 봉합 실패율도 높아진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형년 교수 연구팀은 발목 주변 삼출성 상처에 ‘지속적 흡인 배액관(Jackson-Pratt drain)’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음압을 가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고안했다.
이 치료법은 수술 직후부터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평균 14일간 음압을 유지하며 활액, 체액, 고름 등을 효과적으로 배출시켜 창상 치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는 2015년부터 5년간 발목 골절, 아킬레스건 손상, 점액낭염, 인공관절 수술 후 상처 치유가 지연되거나 봉합이 반복 실패한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치료 전 이들 대부분은 피판이식술이 필요한 고난도 사례였으나 연구 결과 95%인 19명이 추가 피부·근육 이식 없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됐으며 감염 사례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존에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민감 부위 상처가 아물지 않으면 허벅지나 등에서 피부와 근육을 떼어 봉합하는 피판이식술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식 부위의 통증, 회복 기간의 장기화, 미용적 문제 등이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김 교수팀은 수술 후 48시간 이상 흡인 배액관을 유지하면 이러한 재건술 없이도 상처 회복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임상적으로 입증했다.
아울러 환자에게 추가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전신마취 또는 척추마취 대신 초음파 유도 하 말초신경마취법을 도입했다.
이 방법은 무릎 주변의 주요 신경을 초음파로 찾아 국소 마취하는 방식으로, 금식이 필요 없고 시술 후 통증 완화 효과도 뛰어나 환자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창상 치료 전문 학술지 ‘Journal of Wound Care(JWC)’ 3월호에 ‘발목 주변에서 활액이 배출되는 상처에 대한 장기간 폐쇄식 흡인 배액관의 사용(Use of prolonged closed suction drainage for synovial fluid-draining wounds around the ankle)’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며 국제 학계에서도 그 의의를 인정받았다.
김형년 교수는 “아킬레스건이나 전방 힘줄과 같이 피부 아래 조직이 얇은 부위는 수술 후 상처가 자주 벌어져 재봉합을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에 개발한 치료법은 이식 수술 없이도 상처를 안정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안전한 대안으로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당뇨성 창상이나 금속 노출 상처 등 보다 복잡하고 고난도의 증례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치료법은 상처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과 동시에 의료 현장에서 환자 맞춤형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