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용 교수 / 건국대병원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는 여주인공 샤오위가 갑작스럽게 기침 발작을 일으키고 호흡 곤란을 겪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 묘사를 넘어 영화 속 주요 설정인 ‘천식’의 위협적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샤오위처럼 일상 속에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침과 숨 가쁨, 그리고 가슴 답답함은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감기 증상이 사라졌는데도 숨이 차고 기침이 계속된다면 천식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천식은 조기에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질환”이라고 설명한다.

천식은 종종 감기나 기관지염과 혼동되기 쉬운 질환이다. 하지만 천식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감기와 달리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겨 반복적인 기침, 호흡곤란, 천명음(쌕쌕거림) 등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며, 관리가 중단되면 재발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2.4%로 추산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3.5%에 달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천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175만 명에 이른다. 이는 대기오염, 미세먼지, 고령화 등의 환경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식은 알레르기, 감염, 스트레스, 미세먼지, 차가운 공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감기를 앓은 후 기침이 4주 이상 지속되거나 운동 중에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정밀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문지용 교수는 “천식은 증상이 애매하고 일상적인 상황과 겹치기 때문에 초기에는 놓치기 쉽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폐기능검사 등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천식 치료의 핵심은 염증을 조절하는 흡입형 항염증제다. 특히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중심으로 한 약물 치료는 천식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으로 꼽힌다.

이 흡입제는 폐 깊숙한 부위까지 약물이 전달되어 직접 염증을 완화하고 증상 완화와 발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문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해서 흡입제를 멈추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천식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며 흡입제는 증상이 있든 없든 매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흡입제는 종류에 따라 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으로부터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고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식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병이 아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약물 복용, 환경 요인 관리 등을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환자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문지용 교수는 “천식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관리를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흡입제 사용을 일상화하고 증상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감기와 천식은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기침이 오래가고 숨이 차오른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조기에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한다면, 천식 환자도 건강한 호흡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작은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