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증가하며 무릎 인공관절 수술 수요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공관절이 본래 자신의 무릎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는 해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시돼 주목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김중일 교수 연구팀은 환자마다 다른 무릎 뼈의 기울기인 ‘경골 후방경사각’을 수술에서 정확히 재현하면 보존형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환자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식의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서 경골 후방경사각의 변화가 수술 예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공관절 수술 건수는 약 12만 건으로 집계돼 최근 3년 새 약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맞춰 최근 로봇을 이용한 정밀한 수술법이 도입되며 정형외과계에서도 수술 기법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은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고 무릎을 일자형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개인 고유의 무릎 형태를 반영하지 않아 연부조직의 적응 문제, 불편함, 이질감 등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김 교수팀은 환자 고유의 무릎 해부학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환자 맞춤형 보존형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해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핵심은 무릎 아래 경골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경골 후방경사각’이다. 이 각도는 무릎 안정성과 자연스러운 굴곡 운동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후방십자인대의 기능 보존 여부와도 직결된다.
특히 보존형 수술에서는 이 각도를 수술 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계단 보행이나 평지 걷기에서 통증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김 교수팀은 ‘마코(MAKO)’ 로봇 시스템을 활용해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100명의 임상 경과를 1년간 추적 관찰했다.
수술 후 경골 후방경사각의 변화가 4도 미만으로 유지된 환자군과 4도 이상 변화된 환자군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슬관절 기능, 통증,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의 지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처럼 경골 후방경사각을 4도 미만으로 재현한 환자들은 계단 오르내림과 일상 보행에서 본인의 무릎처럼 편안함을 느꼈고 수술 후 통증과 강직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고유의 경골 후방경사각을 수술에 반영하는 것이 수술 후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로봇기술을 통해 정밀하고 개별화된 수술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환자 맞춤형 접근이 인공관절수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관절 수술의 새로운 화두는 ‘개인화(Personalization)’”라며 “모든 환자에게 획일화된 수술이 아닌 개개인의 해부학 구조와 기능을 정밀 분석해 최적화된 정렬을 구현해주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 스포츠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KSSTA(Knee Surgery Sports Traumatology Arthroscopy) 2025년 3월호에 ‘Restoring native posterior tibial slope within 4° leads to better clinical outcomes after cruciate-retaining robot-assisted total knee arthroplasty with functional alignment’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김중일 교수는 2021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림로봇인공관절교육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국내외 정형외과 의사 약 300명 이상에게 환자 맞춤형 보존형 로봇인공관절수술 기법을 교육하며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