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교수 / 고려대안산병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위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림프절 절제를 포함한 위암 수술은 고난도의 술기와 회복 부담이 커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창민 고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상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고안한 ‘TULAB(Trans-Umbilical Lymphadenectomy Using an Articulating Bipolar Vessel-Sealing Device)’ 수술법이 국내외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수술은 관절형 에너지 절삭기를 탑재한 로봇 수술기를 활용해 배꼽절개 기반으로 위암 수술 중 림프절을 정밀하게 절제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TULAB은 환자의 양 옆구리와 배꼽에 단 3개의 절개창만으로 시행되며 배꼽을 통해 삽입한 관절형 절삭기로 림프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는 최소 침습으로도 복잡한 림프절 절제를 가능하게 해 수술 부담을 대폭 줄이고,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위암은 림프절 전이가 잦은 암으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수술 시 림프절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직선형 초음파 절삭기만으로는 복강 내 장기 구조의 곡선과 복잡성을 따라가며 정밀한 절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임상적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절형 절삭기를 활용한 TULAB을 개발, 종양학적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TULAB의 효과는 국제학술지 Cancers에 발표된 이 교수의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연구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고대안산병원에서 TULAB 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 42명과 기존 복강경 수술을 받은 131명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TULAB 그룹에서 수술 후 회복 속도, 장폐색 발생률 등 일부 항목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안전성과 유효성은 기존 수술과 동등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창민 교수는 “TULAB은 단순히 절개를 줄인 기술이 아니라, 림프절 절제의 정밀성과 충분한 범위를 확보함으로써 암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고정밀 수술법”이라며 “기존 수술과 비교해 종양학적으로도 효과가 동등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임상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위암 로봇 수술의 선구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20년에는 단 3개의 로봇팔만으로 위암 수술을 성공한 사례를 세계 최초로 논문으로 발표해 주목받았으며 2022년에는 관절형 절삭기를 적용한 TULAB을 로봇 수술기 ‘다빈치 Xi’에 접목시킨 사례로 한국외과로봇수술학회에서 우수 구연상을 수상했다.

2024년에는 최신 로봇 수술기 ‘다빈치 SP’를 활용한 TULAB 수술과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효용성 비교 연구로 또 한 번 우수 구연상을 수상하며 위암 수술 분야의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TULAB은 향후 고위험군 및 고령 환자들에게 더욱 유용한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며 위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수술법으로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