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구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전립선암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중장년층에게만 해당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남성들 사이에서 전립선암의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남성암 2위’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립선암 진단 건수는 총 2만754건으로 2000년의 1372건에 비해 약 15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60대 이후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립선암은 방광 아래에 위치해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남성 생식기관 ‘전립선’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정액의 일부를 형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전립선에 암세포가 생기면 종양이 주변부에서 시작해 점차 내부로 퍼지고 심할 경우 뼈로 전이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요통이나 골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암을 발견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2022년 기준 5년 생존율이 96.4%에 달해 비교적 예후가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조기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국내에서는 서구권보다 전이 상태에서 처음 진단되는 비율이 높으며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이 더 자주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조기진단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전립선암의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요도를 압박해 배뇨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많은 환자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50세 이상 남성은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되며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검진 방법으로는 혈액 내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하는 검사, 직장수지검사(DRE), 경직장 또는 경회음부 접근을 통한 조직검사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치료성과는 매우 높아진다.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유전적 성향이 대표적이다. 전체 전립선암 환자의 10% 이상에서 가족력이 확인되고 있으며 아버지가 전립선암 환자인 경우 발병 위험이 약 2배, 형제가 환자인 경우에는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염증성 질환의 이력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발생하지만, 일부는 호르몬과 무관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신경내분비 전립선암’이라 불리는 이 유형은 전체 전립선암의 1% 미만으로 매우 드물지만 일반적인 전립선암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어렵다.
전립선암 진단 후에는 MRI(자기공명영상), 뼈스캔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병기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수술,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항암약물치료, 국소 치료 등이 있다. 이 중 수술적 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며 예후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조기에 발견될 경우 수술 후 기능 보존과 삶의 질 유지도 가능해, 초기에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서는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육류 섭취는 줄이고 저지방 식단을 유지하며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 성분은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라는 인식은 위험할 수 있다”며 “조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중년 이후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물론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방심 속에서 시작된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작은 실천이다. 남성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정기적인 검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