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원준, 김종한 교수 / 고대구로병원
국내 연구진이 복막 전이 위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고대구로병원 위암팀이 진행한 ‘복강 내 고용량 파클리탁셀 병용 요법’의 2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법 대비 2.7배 높은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외과종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EJSO)’ 최신호에 게재됐다.
고대구로병원 위암팀(위장관외과 김종한, 장유진, 서원준 교수 및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이 주축이 된 연구팀은 복강 내 고용량 파클리탁셀과 전신 SOX 화학요법(S-1+옥살리플라틴)을 병용하는 치료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이 82.6%에 도달해 기존 전신 항암화학요법의 30% 수준보다 약 2.7배 높은 효과를 보였다.
또한, 중앙 무진행 생존기간은 15.8개월로 나타나 환자들에게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복막 전이는 위암 4기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하며 중앙 생존기간이 11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전신 항암제만으로는 복막 내 약물 농도가 낮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으며, 복수 발생과 장폐색 등으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2020년부터 다기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복강 내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의 효과를 분석해 왔다.
복막 내 항암제 투여는 병변 부위에 높은 농도의 약물을 전달하면서도 전신 순환을 통해 림프계 전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다.
이번 2상 임상시험은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됐으며 복막 전이를 동반한 위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복강 내 항암제(IP 파클리탁셀)와 전신 항암제(S-1+옥살리플라틴)를 병용 투여해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환자들은 복강 내 포트를 삽입한 후 3주 간격으로 총 8주기에 걸쳐 치료를 받았으며, 매 4주기마다 복강경 검사, CT, 내시경 등을 통해 종양 반응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중앙 추적 관찰 기간 13.85개월 동안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이 82.6%를 기록했다.
또한, 복막암 지수(PCI)는 평균 12.4점 감소했으며 한 명의 환자는 복막 전이가 완전히 소멸하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보였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호중구감소증(41.7%), 백혈구감소증(20.8%)이 나타났지만 대부분 증상 관리가 가능했다.
서원준 고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본 연구는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복강 내 파클리탁셀 요법 연구 중 가장 높은 파클리탁셀 용량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전체 생존율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아 장기적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복막 전이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표준 치료 지침 개정과 신약 허가를 위한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논문 ‘Intraperitoneal paclitaxel with systemic S-1 plus oxaliplatin for advanced or recurrent gastric cancer with peritoneal metastasis: A single-arm, multicenter phase II clinical trial’은 ‘유럽 외과종양학회지(EJSO)’ 최신호에 게재됐다.
향후 3상 임상시험이 마무리되면 복막 전이 위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