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오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사람은 하루의 약 3분의 1을 수면에 할애하며 이 시간 동안 신체는 세포를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저장하는 등 필수적인 생리 작용을 수행한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 장애가 발생하면 깊은 수면이 방해되면서 신체 회복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적인 피로와 졸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3만 5223명에 달했으며 이 중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15만 380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찾지 않은 숨겨진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3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경우 83%가 수면무호흡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반적으로 코골이는 상기도(기도의 윗부분)가 좁아져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은 지속된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어진 상태로 체내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면서 뇌가 반응해 각성을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각성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심혈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무호흡증이 지속되면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수면 중 호흡 정지로 인해 체내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이 충분히 쉬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치명적인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심장에 부담을 주며 결국 고혈압과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 심부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심부전증의 사망률은 일부 암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약 4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5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부전증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수면 중 과호흡과 무호흡이 반복되는 ‘체인-스톡 호흡’이 나타나며 이는 임종 직전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증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수면 중 맥박수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거울을 통해 입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혀가 목젖과 기도를 막고 있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혀의 크기가 커지면서 기도를 막게 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면다원검사는 무호흡-저호흡지수(AHI)를 측정하는 검사로 1시간 동안 5회 미만이면 정상, 515회는 경도 1530회는 중증도, 30회 이상이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AHI 지수가 30이면 한 시간 동안 30번이나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2분에 한 번꼴로 호흡이 정지하는 수준이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양압기 사용이다.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에 지속적인 공기를 공급해 기도 폐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치료에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양압기 사용이 어렵거나 불편한 환자의 경우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해 아래턱이나 혀를 앞으로 당겨 기도 확보를 돕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면 상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해부학적으로 기도가 좁아져 있는 경우로 이때는 상기도 확장을 위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나진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적절한 운동이 필수적”이라며 “낮 동안 충분한 햇빛을 보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며 취침 전 과식과 과음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수면장애를 넘어 심혈관계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 습관을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양압기 치료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을 통해 신체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면 낮 동안 피로가 누적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할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면의 질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