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학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입춘이 지나면서 봄을 기대하는 시기지만 전국적으로 매서운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영하권의 기온이 연일 이어지고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가 더욱 낮아지면서 한랭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저체온증과 동상 등 한랭질환은 심각한 건강 위협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일까지 보고된 한랭질환자는 총 233명에 달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134명으로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고령층이 특히 한랭질환에 취약함을 보여줬다.

또한, 50대와 40대에서도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9세 이하 어린이도 4명이 확인돼 연령에 관계없이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특히 환자 발생 시간대 분석 결과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가 가장 위험한 시간으로 나타났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기온이 가장 낮은 시기인 만큼 이 시간대에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보온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한랭질환은 차가운 기온에 신체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체온이 떨어지고 신체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저체온증과 동상이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수적이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몸이 떨리고 언어장애, 의식 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방치될 경우 심장 및 호흡기 기능 저하, 혈압 저하로 인한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동상은 낮은 기온으로 인해 피부와 조직이 얼어붙는 현상이다. 손, 발, 귀, 코 등 신체 말단 부위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초기에는 붉어지던 피부가 창백해지면서 통증과 얼얼한 느낌, 화끈거리는 작열감이 동반된다. 상태가 심해질 경우 수포가 생기거나 조직이 검게 변하며 괴사가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외출 시 내복을 포함해 여러 겹의 옷을 입어 보온 효과를 높이고, 장갑, 목도리, 마스크 등 방한용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손과 발, 귀 등 말초 부위를 특히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크므로 양말이나 신발이 젖었다면 즉시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한랭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65세 이상 고령층, 영유아는 한파가 심한 날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저질환자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저체온증과 동상 발생 위험이 더욱 크다.

또한, 추운 날 과음은 매우 위험하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혈관이 확장돼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저체온증을 인지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한파 기간에는 과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학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이나 동상이 의심될 경우, 즉시 환자를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시키고 담요나 의류로 감싸 체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상이 의심되는 부위는 38~42℃ 정도의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이 좋으며 너무 뜨거운 물에 넣는 것은 오히려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한랭질환은 빠른 대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보온을 유지하고 기저질환자 및 노약자는 실외 활동을 줄이며, 과음은 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추운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체온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한랭질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신속한 조치를 취해 심각한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