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낮은 참여율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장애계와 한의계가 한목소리로 '한의사의 즉각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제도 시행 취지인 ‘지역사회 장애인의 지속적 건강관리’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약 진료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의과와 치과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어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이 크게 축소된 상태다.
특히 방문진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2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건강주치의 참여기관은 536개소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3만 7,599개소 대비 참여율이 1.2%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실제 방문진료를 시행하는 곳은 214개소에 그쳐 제도의 실질적 기능 수행이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한의사의 참여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021년 “장애인의 진료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한의 분야도 건강주치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으며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역시 지난 11월 성명을 통해 “한의 주치의 제도를 즉각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한의계의 참여 의지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의사 94.7%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도입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장애인을 위한 방문진료에도 94.2%가 참여 의향을 밝혔다.
연구기관과 국회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9년 발표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평가연구’에서는 응답자의 74.3%가 “한의사 진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2023년 ‘한의분야 장애인 건강관리의사 제도 도입방안 연구’에서도 설문 참여 장애인의 91%가 한의 주치의 제도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회에서도 두 차례 토론회가 열리며 제도 개선 필요성이 강조됐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개선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2월)’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본사업 추진 토론회(8월)’에서는 모두 한의분야 건강관리의사 제도 도입과 시범사업 실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진행한 ‘2025년 통합돌봄 한의 사례조사 및 분석연구’에서는 한의약이 장애인의 주요 건강문제 관리에 실질적 효과를 보인 결과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한의약은 뇌경색·두부손상·하반신마비 등 중증 장애군의 신경계·통증 관리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으며 욕창·관절 구축·배뇨장애 등 2차 합병증 예방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다제약물 복용 부작용 완화, 보호자 교육, 낙상 예방, 재활 지도 등 포괄적 돌봄 영역에서도 높은 적합성을 입증했다.
현행 법령에서도 한의사 참여는 제한되지 않는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16조 1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참여 직역을 특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도 설계 과정에서 한의사가 배제되면서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과 건강관리의 효율성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는 한의 주치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한의사들 역시 높은 참여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다빈도질환 상위 20개 중 5개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는 한의 진료가 강점을 갖는 영역”이라며 “정부가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 보장과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면 한의사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사의 참여 없는 현행 구조로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성공할 수 없으며, 조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