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교수 / 건국대병원

‘잠깐 삐끗한 것’ 정도로 여기기 쉬운 발목 염좌가 적절한 치료 없이 반복될 경우 만성 발목 불안정성과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경고가 나왔다.

스포츠 활동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도 흔히 발생하는 발목 염좌는 미국에서만 매년 약 200만 건 이상 보고될 만큼 흔하지만, 방치할 경우 발목 구조가 변형되고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우섭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은 한 번 삐면 다시 삐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 치료 없이 방치하면 반복적인 접질림과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목 염좌는 발이 비틀리면서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손상으로, 대부분 발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외측 전거비인대가 손상된다.

손상은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뉘는데, 중증 염좌의 경우 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체중 부하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크다. 문제는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인대 손상 후에도 발목이 헐거운 느낌이 남거나 자주 접질리는 경우는 ‘만성 발목 불안정성’에 해당한다”며 “이를 방치하면 미세 구조 변형이 축적돼 결국 연골이 닳고 관절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급성기 발목 염좌 치료의 기본 원칙은 PRICE 요법(보호·안정·냉찜질·압박·거상)이다. 부상 직후 보조기 착용과 냉찜질,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며, 압박과 다리 올리기를 통해 부기와 염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근력 강화와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재활 치료가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면 다시 발목을 삘 위험이 높아진다”며 “운동 전후 스트레칭과 발목 주변 근육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굽이 높거나 밑창이 얇아 발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신발은 피해야 하며 발 형태와 활동에 맞는 신발 착용을 권고했다.

보존적 치료에도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스트레스 X-ray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발목을 특정 각도로 꺾은 뒤 촬영해 인대의 늘어난 정도를 확인하는 스트레스 검사는 기계적 불안정성을 판단하는 주요 진단 도구다.

MRI에서 인대 손상이 확인되고 반복적인 접질림과 통증이 지속될 경우 인대 봉합술 또는 재건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수술은 ▲스트레스 검사에서 불안정성이 확인되고 ▲반복적인 증상이 있으며 ▲영상에서 인대 손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 시행한다”며 “수술 후에도 근력 강화와 균형 훈련을 지속해야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성 발목 불안정성을 방치할 경우 40~50대에서도 중증 발목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발목 관절염의 70~90%는 염좌와 같은 외상성 손상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관절염이 진행되면 과상부 절골술, 발목 유합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이 적용되며 상태에 따라 보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물리치료와 주사치료가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연골을 복원할 수는 없다”며 “발목 염좌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