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을철, 무릎 손상 중 가장 흔한 전방십자인대 파열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입증됐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형외과 서영진 교수 연구팀은 전방십자인대 재건 시 기존의 4가닥 햄스트링 이식법 대신 최소침습 방식으로 6가닥을 이식하는 새로운 수술법의 임상 효과를 국내 최초로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전방십자인대(ACL)는 무릎 관절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로 격렬한 운동이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잘못된 착지 동작에서 흔히 손상된다.
국내에서는 매년 4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스포츠 참여 인구 증가로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면 자연 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표준치료법은 햄스트링 힘줄 4가닥을 이용해 대퇴골과 경골에 터널을 뚫어 이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시아인의 경우 햄스트링 힘줄 직경이 상대적으로 짧고 가는 경우가 많아 이식된 인대의 강도가 충분하지 못해 무릎 안정성 저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 교수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4가닥 이식술을 받은 환자 73명과 2022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6가닥 이식술을 받은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평균 2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연구는 성별, 연령, 체질량지수, 반월상연골 손상 여부 등을 고려해 조건이 유사한 환자를 짝지어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적으로 29건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6가닥 힘줄 이식 그룹은 수술 후 이식된 힘줄 직경이 평균 9.5mm로 기존 4가닥 그룹의 7.8mm보다 두껍게 유지됐다. 무릎 기능 점수 또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Lysholm 점수는 82.2점 대 75.6점으로 WOMAC 지수는 8점 대 12.9점으로 나타나 6가닥 이식법의 임상적 우수성이 확인됐다.
무릎 안정성 지표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전방 이완 정도가 4가닥 그룹에서는 2.5mm였던 반면, 6가닥 그룹은 1.6mm로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식된 힘줄의 직경이 클수록 무릎 전방 이완이 감소하는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서영진 교수는 “6가닥 이식법은 기존보다 더 두꺼운 힘줄을 확보할 수 있어 무릎의 기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며 “특히 아시아인 환자 중 기존 수술법으로 충분한 힘줄 직경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과 전외측인대 동반 재건술 시 최적의 대퇴골 터널 방향을 규명했다.
전외측인대는 무릎의 회전 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퇴골 터널 방향이 적절치 않으면 전방십자인대 터널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CT 스캔을 통해 얻은 영상을 기반으로 3차원 무릎 모델을 제작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터널 방향을 조정한 수술 그룹에서 충돌률은 22회에서 2회로 91% 감소했고, 충돌량 역시 92.2에서 1.2로 줄어 약 99% 감소하는 성과를 확인했다.
이번 두 연구는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6가닥 힘줄 이식술 연구는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8월호에, 전외측인대 재건 시 터널 방향 연구는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 9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서 교수는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접촉사고보다는 잘못된 착지나 방향 전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손상 직후 심한 통증과 부종, 무릎 불안정성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