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끝나면 누구나 피곤함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며칠 내로 회복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곧 괜찮아지겠지”라며 버텼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계속 이어지고, 잠을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가벼운 활동에도 탈진이 심해지는 경우다.
이처럼 컨디션 저하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명절 후유증이 아니라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명절 후유증은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과음·과식, 장거리 이동, 가사 노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기는 일시적 증상이다.
일반적으로는 일주일 내외에 자연 회복된다.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뚜렷한 원인이 없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가 특징이며 활동 후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고 잠을 자도 상쾌하지 않은 비회복성 수면이 반복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어지럼, 심계항진,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같은 인지·자율신경계 증상도 동반된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수일 이상 ‘회복 곡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먼저 수면 리듬 회복이 핵심이다. 평일과 주말의 취침·기상 시간 차이를 줄이고, 낮잠은 20~30분 이내로 제한해 밤 수면의 질을 지켜야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과도한 운동은 피로를 악화시킬 수 있어 가볍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휴 직후 피로는 생활 리듬을 회복하면 대체로 호전된다”며,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피로가 지속되고 ▲활동 후 악화 ▲비회복성 수면 ▲인지 및 자율신경 증상이 겹친다면 만성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간 햇빛 노출과 야간 인공 빛 차단으로 생체리듬을 재정렬하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활력을 되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생활습관을 개선했음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거나 집중력 저하 등이 이어진다면 전문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에서는 기본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 갑상선 기능 저하, 간·신장 기능 이상, 혈당 문제, 비타민D·철분 결핍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면장애, 우울, 불안, 약물 부작용 등도 피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반드시 감별이 필요하다.
김양현 교수는 “장기간 피로가 이어지는 경우, 단순히 만성피로증후군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며 “피로가 장기화되면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피로는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피로가 길게 이어진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의료기관 방문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