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성 흉터로 고통받는 화상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실마리가 열렸다.
기존의 수술이나 압박 치료 위주의 보존적 방법을 넘어 특정 아미노산의 섭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흉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표됐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서정훈·주소영·조윤수 교수 연구팀은 비대성 흉터(비후성 반흔)의 주요 원인세포인 섬유아세포의 증식과 염증반응, 섬유화 과정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메티오닌(Methionine)’ 제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화상환자의 비대성 흉터에서 유래한 섬유아세포의 흉터 형성에서 메티오닌 제한의 효과(Methionine Restriction Attenuates Scar Formation in Fibroblasts Derived from Patients with Post-Burn Hypertrophic Scar)’라는 제목으로 국제 SCIE급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6월호에 게재되며 학술적 주목을 받고 있다.
비대성 흉터는 화상 후 피부가 붉고 두껍게 돌출되며 통증, 가려움증, 당김 현상을 동반해 환자의 외형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흉터를 완전히 없애는 약물은 없으며 대부분 수술, 레이저, 압박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비대성 흉터로 인해 수술을 받은 환자 4명의 피부 조직에서 섬유아세포를 분리하여 메티오닌을 포함하지 않은 조건과 일반 배양조건을 비교 실험했다.
이후 각 실험군의 세포 성장률과 사멸 단백질 발현, 염증 반응 및 섬유화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메티오닌이 제거된 환경에서는 섬유아세포의 증식률이 5일째 시점 기준으로 일반 대조군 대비 약 65%까지 감소했다.
생존 단백질인 BCL2의 발현은 크게 줄어든 반면 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BAD, BID, BAX는 증가했다.
이는 섬유아세포의 자연적인 소멸을 유도해 흉터 조직의 과도한 성장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비대성 흉터 형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성 염증 반응과 섬유화 반응 역시 메티오닌이 제한된 조건에서 뚜렷이 억제됐다.
염증 유발 물질이 줄어들었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의 신호전달 경로도 감소했다. 흉터 조직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콜라겐 등의 섬유화 지표 역시 낮아져, 흉터의 크기와 밀도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 식이 영양소인 메티오닌을 제한함으로써 흉터 형성에 직접 관여하는 세포의 병리적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메티오닌 제한은 암이나 노화 연구 분야에서 주로 주목받아 왔으나, 피부 섬유화 질환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는 경구용 메티오닌 분해효소 등 다양한 형태의 치료제 개발로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티오닌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식이를 통해서만 공급되는데, 육류나 유제품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메티오닌의 섭취를 적절히 제한하는 것이 비대성 흉터 치료의 실질적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임상 적용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