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내측 반월 연골판 후방 기시부 파열에 대한 진단과 치료, 재활에 이르는 표준화된 국제 치료 기준이 마련됐다.
전 세계 무릎 관절 분야의 권위자들이 모여 논의한 이번 합의안은 치료 지침이 부재했던 이 질환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 임상 현장의 혼선을 해소할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국제 합의안은 56명의 무릎 관절 분야 전문가들이 3차에 걸친 델파이(Delphi) 방식의 설문을 통해 도출했다.
전체 문항의 98%가 75% 이상 전문가 동의를 얻으며 높은 합의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를 비롯해 명지병원 김진구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성환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정규성 교수 등 국내 저명한 무릎 권위자 4명이 참여해, 한국 의료진의 전문성과 임상 경험이 세계 기준 수립에 반영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정형외과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rthroscopy’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의 핵심은 내측 반월 연골판 후방 기시부 파열, 즉 정강이뼈에 부착된 연골판의 ‘뿌리(root)’가 끊어지는 질환에 대한 통합된 접근법이다.
이 질환은 중년 여성, 특히 좌식 생활이 많은 아시아권에서 흔히 발생하며, 파열 시 연골판의 지지 기능 상실로 인해 빠르게 관절염이 진행될 수 있는 위험한 병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명확한 진단 기준과 치료 원칙이 없어 환자 상태에 따른 임상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동원 교수는 “이 병변은 실제 연골판이 없는 것처럼 작용해 관절염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이번 국제 합의안은 진단부터 수술, 재활까지 치료 전 과정에 대한 표준을 제시해 임상 현장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안에서는 특히 90% 이상의 동의를 얻은 진단 및 치료 기준을 중심으로 명확한 지침이 정리됐다.
연골판 후방 기시부 파열은 외상 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고령·비만·여성·내반 정렬 등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MRI는 필수적인 진단 도구로, 무릎 오금부 통증이나 ‘뚝’ 소리, 과굴곡 시 불편감이 주요 의심 증상이다. 체중 부하 X-ray(Rosenberg view)를 통한 관절 간격과 정렬 평가도 중요하다.
3~4기 관절염이 있거나 50세 이상 무증상 환자의 경우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 물리치료, 체중 부하 제한, 주사 치료가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인정됐고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단 보존적 치료만으로 관절염의 진행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점도 명시됐다.
연골판 봉합술은 절제술이나 비수술적 치료보다 중기 성과가 우수하다. 증상이 있고 연골 손상이 경미한 경우, 가급적 조기 봉합 수술이 권장된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관절 상태와 활동성에 따라 수술이 가능하다. 단, 4기 관절염 환자에게는 봉합술이 금기다.
수술 시 해부학적 위치에 맞춰 Transtibial pull-out 방식으로 봉합을 시행하는 것이 표준이며 내측 측부인대 이완술도 안전하고 유용한 보조술식으로 평가됐다. 수술 전에는 6주간 체중 부하 제한 등 재활 계획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환자에게 요구된다.
내반 정렬이 5도 이상인 젊고 활동적인 환자의 경우 근위 경골 절골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때 단계적 수술보다 동시 수술이 더 선호됐다.
수술 후 4~6주간 비 체중 또는 부분 체중 부하가 필요하며 초기 무릎 굴곡은 90도 이하로 제한한다.
이후 관절 가동범위, 근지구력, 근력, 파워 향상 순으로 재활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근력 대칭성이 85% 이상 회복되면 수술 후 약 6개월 후 스포츠 활동 복귀가 가능하다. 재파열이 의심될 경우 MRI 검사가 필요하다.
이동원 교수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하나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의 논의와 협업을 거쳤다”며 “한국의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연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형 치료 경험을 세계 무대에 적극적으로 공유해, 환자 중심의 치료 원칙이 글로벌 표준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 합의안은 무릎 관절 질환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 예측이 어려웠던 병변에 대해 세계 공통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수술 및 치료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