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 소아청소년과 조현석 교수 / 강원대병원
강원대병원이 장염 환자의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세균성 장염을 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강원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훈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 조현석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강원대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급성 장염 환자 1435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다.
장염은 세균, 바이러스, 자가면역 반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증상 자체만으로는 원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진단이 늦어지고 바이러스성 장염임에도 항생제가 처방되는 일이 빈번하다. 세균성 장염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지만 바이러스성 장염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 사용이 불필요하다. 이 때문에 세균성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모든 환자에게 대변 PCR 검사를 실시해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한 뒤 이들과 동시에 측정된 혈액 내 염증 지표인 CRP(C-반응단백질)와 PCT(프로칼시토닌)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세균성 장염 환자군에서 CRP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수치의 진단 정확도(AUC)는 0.848로 높게 평가됐다.
이는 CRP 수치가 세균성 장염 감별 진단에 있어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갖는 지표임을 보여준다.
한편 PCT는 전체 환자군에서는 CRP보다 진단 정확도가 낮았지만 38도 이상의 발열을 동반한 성인 환자 집단에서는 보조적 지표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즉 고열이 있는 성인 환자에서는 PCT 수치를 함께 고려할 경우 세균성 감염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PCT의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CT 수치는 감염 외에도 수술, 외상, 자가면역질환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낮은 수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단독 지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상적 판단과 병행한 해석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상훈 교수는 “빠르고 간편한 혈액검사를 통해 세균성 장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국내 최대 규모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한 연구”라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의료현장에서의 진단 효율성과 치료 적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5년 3월호에 게재되며 글로벌 의학계에서도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원대병원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응급 진료 프로토콜 개선과 항생제 적정 사용 가이드라인 정비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