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신경과 김예신, 장재원 교수 / 강원대병원

강원대병원이 교육 수준에 따라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 CR)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강원대병원 신경과 김예신 교수와 장재원 교수가 주도했으며 세계적 권위의 치매 연구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2024년 11월호에 게재됨과 동시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 이름을 올리며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인지 예비능은 뇌 손상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간 치매 증상 발현 시기나 진행 속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최근 치매 예방 및 치료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연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대병원 연구팀은 전국 25개 병원이 참여한 정밀의료 치매 코호트(PREMIER)에 등록된 총 1247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교육 수준에 따라 인지 예비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심층 분석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에서는 드물게 저학력 고령자 집단까지 포함한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에 따르면 저학력 그룹(초등학교 졸업 이하)에서는 ▲문해력 부족, ▲과도한 수면시간(긴 수면), ▲당뇨병이 인지 예비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학력 그룹(고등학교 졸업 이상)에서는 ▲문해력 부족과 ▲긴 수면시간에 더해 ▲우울증이 인지 예비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지 예비능을 향상시키는 요인으로는 두 그룹 모두에서 책 읽기와 같은 ‘인지 활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저학력 그룹의 경우에는 걷기 등 일상적인 신체 활동도 인지 예비능에 의미 있는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 수준에 따라 인지 건강을 위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시사했다.

김예신 교수는 “그동안 치매 예방 전략은 주로 인지 활동 중심으로 제안되어 왔지만, 교육 수준과 일상 환경이 서로 다른 노인 인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과거 교육 기회가 제한되었던 고령층의 경우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과 더불어 꾸준한 신체 활동을 장려하는 맞춤형 전략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학력층에서는 우울증이 인지 예비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신건강 관리도 치매 예방의 중요한 축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향후에는 교육 수준, 생활 습관,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인 맞춤형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치매 고위험군의 예방 전략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고령층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관리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 정책 수립 및 지역사회 치매 예방 사업에도 실질적인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