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신정화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활용해 한국인의 연령별 근육량 정상 참조값을 제시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CT 기반 골격근 면적 데이터를 근감소증 진단에 적용한 것으로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건강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연구는 세명기독병원 핵의학과 양승오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고 세명기독병원·분당차병원·아주대병원·원광대병원 등 총 4개 의료기관 건강증진센터에서 복부 CT 검사를 받은 20세 이상 건강 성인 2637명(남성 1366명, 여성 127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다기관 후향적 연구다.
연구 논문은 세계적 권위를 지닌 노인의학 분야 학술지 ‘Age and Ageing’에 게재가 확정됐다.
신 교수팀은 CT 영상에서 제3요추(L3) 수준의 골격근 면적(Skeletal Muscle Area, SMA)을 정밀하게 측정한 뒤 이를 키, 체중, 체질량지수(BMI)로 보정한 다양한 골격근 지수(Skeletal Muscle Index, SMI)를 산출했다.
이후 20~39세 젊은 성인 그룹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T-score를 산출해 개인의 근육량이 평균 대비 얼마나 부족한지를 확인하고 근감소증의 진단 기준을 설정했다.
연구 결과 T-score가 -1.0에서 -2.0 사이일 경우 1단계 근감소증(Class I), -2.0 미만일 경우 2단계 근감소증(Class II)으로 구분됐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근감소증 유병률은 증가했으며 2단계 근감소증의 경우 남성은 지표에 따라 1.0%에서 5.5%, 여성은 1.3%에서 8.3%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 고령층 상당수가 근감소증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근감소증을 잘 반영하는 지표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단순 SMA 수치가 근감소증 진단에 가장 효과적이었고 여성은 BMI로 보정한 SMA/BMI 지표가 보다 적절한 진단 도구로 작용했다.
이는 여성의 경우 근육량과 함께 체지방률 등 체성분 전체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신정화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CT를 활용한 근감소증 진단 기준을 마련한 첫 다기관 연구로서 건강검진 시 복부 CT 자료만으로도 근감소증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통합적 건강관리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양승오 교수는 “근감소증은 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CT 기반의 표준 진단 기준이 없어 임상 연구와 진료에 제약이 있었다”며 “이번에 제시된 건강인 참조 데이터는 향후 종양학 및 노인의학 분야에서 근감소증의 역할을 정량적으로 규명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학계는 이번 연구가 국내 실정에 맞는 근감소증 진단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보건의료 정책 수립과 예방적 관리의 체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기적인 근육량 평가와 근감소증 조기 개입의 필요성이 한층 더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