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이주성, 유영 교수, 윤원석 교수 / 고려대 의과대학

고려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소아에서 흔히 발생하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의 공통된 분자적 원인을 밝혀내며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 질환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감소한 ‘miR-4497’이라는 마이크로RNA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이주성 교수와 유영 교수, 알레르기면역연구소 윤원석 교수(실내공기 생물학적 유해인자 건강영향평가사업단장)가 공동으로 주도했으며 고대안암병원 소아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 42명, 알레르기 비염 환자 13명, 천식 환자 13명 등 총 68명의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 10명의 혈청을 분석하여 마이크로RNA 발현 차이를 정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miR-4497’이라는 특정 마이크로RNA가 아토피, 비염, 천식 세 가지 질환 환자 모두에서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마이크로RNA는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작은 분자로 질병의 발현 기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발견에 기반하여 동물 모델과 세포 실험을 병행 진행했다. 실험 결과, miR-4497을 인위적으로 주입한 경우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 주요 인자인 인터류킨-4(IL-4), 마크로파지 유래 케모카인(MDC), 기관지 저항성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miR-4497이 Th2 면역반응을 억제해 염증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영 교수는 “miR-4497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알레르기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분자 기전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혈청 기반의 비침습적 분석이 가능해 향후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 지표로서, 또는 표적 치료의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인종, 연령, 질병의 중증도 등을 반영한 다각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마이크로RNA의 임상적 유효성과 적용 가능성을 더욱 넓혀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 주관하는 ‘실내공기 생물학적 유해인자 관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International Archives of Allergy and Immunology’에 ‘MicroRNA-4497 is Downregulated in Pediatric Allergic Diseases and Suppresses Th2 Inflammation in an Animal Model(소아 알레르기 질환에서 하향 조절되는 MicroRNA-4497, 동물 모델에서 Th2 염증 억제)’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아토피, 비염, 천식 등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이 근본적으로 같은 생물학적 기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의료 현장 모두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