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형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어릴 때부터 치아가 가지런하지 않고 잇몸이 자주 붓는 증상이 있었던 20세 김호영(가명) 씨는 최근 몇 년간 치아 배열이 점점 더 심하게 흐트러지고 음식을 씹을 때도 불편함을 느껴 치과를 다시 찾았다.
X-ray 검사 결과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과잉치’였다. 이미 어린 시절 치과에서 과잉치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어 방치해 온 결과였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28개의 영구치와 사랑니 4개를 포함해 총 32개의 치아를 갖지만, 이보다 많거나 불필요한 치아가 자라나는 경우를 ‘과잉치’라고 한다.
과잉치는 전체 인구의 1~3%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치과 질환 중 하나로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과잉치는 대부분 턱뼈 속에 매복된 채 발견되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면 치아의 정상적인 맹출을 방해해 치열을 무너뜨리거나 앞니가 제자리에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자라 부정교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작 기능 저하, 턱관절 통증, 외형적 콤플렉스 등 일상생활에 적잖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영구치가 자리잡는 6세에서 15세 사이에는 과잉치의 영향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시기의 과잉치는 인접 영구치의 치근을 흡수하거나 턱뼈 안에서 낭종, 심지어 종양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재형 고려대 안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과잉치는 결코 단순한 구조 이상이 아니라, 방치 시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질환”이라며 “특히 치열 형성이 중요한 성장기에는 더욱 정밀한 관찰과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잉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숨어 있어 정기 구강검진 없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파노라마 방사선 촬영, 근단 방사선 사진, 또는 3D CT 등의 영상 진단을 통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해야 한다.
과잉치의 치료는 대개 ‘발치’로 진행되지만 무조건 빨리 뽑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과잉치가 인접한 영구치의 맹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조기 발치를 고려할 수 있으나발치 시기에 따라 정상 치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인접 영구치의 치근이 일정 수준 이상 발달한 뒤 발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은 국소마취 하에 진행되며 과잉치의 위치나 매복 깊이에 따라 잇몸 절개 및 턱뼈의 일부 제거가 병행될 수 있다.
특히 6~7세 정도의 어린아이인 경우 진정요법이나 전신마취를 동반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매복이 깊은 경우일수록 수술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전신마취 가능성도 높아진다.
임재형 교수는 “과잉치는 치료 시기와 방법에 따라 치열 유지 및 구강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치아의 배열이 불규칙하거나 맹출 시기가 지나도 치아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 치과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부모와 보호자들은 성장기 자녀가 주기적인 구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과잉치는 치과에서 흔히 접하는 케이스이지만 그 결과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한 증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방치할 경우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기능적, 심미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치아 배열 이상이나 구강 내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신속한 검진과 대응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영상 촬영을 통해 숨어 있는 과잉치를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구강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