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창 교수 / 건국대병원
입안에 발생하는 구강암 환자가 최근 빠르게 늘어나면서 공중 보건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혀와 잇몸, 입술 등 구강 내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하는 구강암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고 발견이 늦어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악성 질환이다.
특히 흡연과 음주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남성 환자 증가세가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구강암 진료를 받은 남성 환자는 1974명에서 2629명으로 약 33% 증가했고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1365명에서 1689명으로 약 23% 늘었다.
2022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구강암 환자 수는 4,06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6%를 차지했다.
특히 흡연은 구강암 발병 위험을 대폭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사람은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약 10배 높으며 여기에 음주가 더해지면 발병 확률은 15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여성의 음주와 흡연 인구가 증가하면서 여성 환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구강암은 입천장, 잇몸, 볼 점막, 혀, 혀 밑바닥, 턱뼈, 입술, 구인두 등 구강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성종양이다.
임영창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구강암은 특정 부위에서 없어지지 않고 점차 커지는 특징이 있으며, 유전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구강암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병변이 많지만, 증상이 감기나 구내염, 치주질환과 비슷해 놓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입안의 궤양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붉은 반점 또는 흰색 반점이 생기고, 출혈과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진행 시에는 턱 아래 림프절로 전이되며 이로 인해 목에 혹이 만져지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구강암의 정확한 진단은 육안뿐만 아니라 조직검사와 영상진단을 통해 이뤄진다. 병변 의심 부위를 국소 마취 후 떼어내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추가로 CT, MRI, PET 등의 영상 장비를 활용해 림프절 또는 폐 등으로의 전이 여부도 확인한다.
특히 흡연이 원인인 구강암의 경우 식도, 폐 등 다른 기관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암이 발생할 수 있어 위내시경과 전신 영상검사까지 함께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구강암 치료는 병기와 환자의 전신 상태, 병변의 범위에 따라 달라지며 초기에는 수술만으로도 완치율이 높다.
초기 구강암의 완치율은 약 80%에 달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완치율은 30% 이하로 떨어진다.
진행된 구강암은 수술과 함께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치료가 병합되며, 제거 부위가 넓을 경우 기능적·심미적 재건도 병행해야 한다.
턱뼈 등 주요 얼굴 구조까지 절제해야 할 경우, 먹고 말하는 기능 저하 및 외모 변화로 삶의 질 저하가 동반되기 쉽다.
이에 최근에는 3D 프린팅 및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술을 접목해 턱뼈나 얼굴뼈, 치아를 환자 맞춤형으로 재건하는 정밀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무엇보다 구강암은 ‘예방 가능한 암’으로 꼽힌다. 구강암의 주요 원인이 생활습관이라는 점에서 금연과 절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타민 A, C, E가 풍부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 섭취가 구강암 예방에 효과적이며 잘 맞지 않는 틀니, 날카로운 보철물로 인한 상처는 구강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과 정기검진을 통해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구강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예방도 중요하며, 불필요한 자외선 노출이나 방사선 노출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영창 교수는 “구강암은 조기 진단만 된다면 치료 가능성이 높은 암”이라며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이상 증상을 확인하고 3주 이상 지속되는 입안 궤양이나 통증이 있을 경우 즉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강암. 침묵 속에서 진행되지만 정기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암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때다.
특히 흡연자와 음주자, 중장년 남성층은 보다 높은 경각심을 갖고 구강암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