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영 교수 / 건국대병원
갑작스러운 언어 장애나 몸의 한쪽 마비, 이유 없이 쓰러지는 상황은 더 이상 드라마 속 장면만이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은 단일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망 원인 상위권에 속하는 ‘뇌졸중’의 전형적인 초기 신호다.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하는 뇌졸중은 급성기 사망률이 높고 생존하더라도 언어·운동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약 66만 명에 달하며 이는 2019년 약 59만 명에서 12%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65세 이상 노년층에서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스트레스, 고지방 식습관, 운동 부족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40~50대는 물론 30대 젊은층에서도 뇌졸중 발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김한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더 이상 노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이 중 약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혈전이나 색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흡연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뇌출혈은 고혈압 외에도 뇌동맥류 파열, 뇌혈관 기형 등으로 인해 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러한 뇌졸중은 대부분 CT, MRI 등의 뇌 영상 촬영과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되며, 시간 내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단 1분, 1초의 판단이 예후를 좌우하는 응급질환”이라며 “증상이 의심되는 즉시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돼야 생존율과 회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졸중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얼굴 한쪽의 마비,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편측 마비,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언어장애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 중 하나라도 발생할 경우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발병 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후유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뇌경색의 경우에는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6~24시간 내에는 혈관 내 시술을 통해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뇌출혈의 경우에는 출혈량을 줄이고 뇌압을 낮추기 위한 약물 치료 혹은 수술이 시행된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뇌혈관 내 시술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 로봇 기반의 재활 치료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라고 강조한다.
김한영 교수는 “뇌졸중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흡연과 음주를 줄이며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졸중은 언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갑작스러운 질환이다. 그러나 이를 대비하고 예방하는 습관을 일상에 들인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골든타임 내의 대응과 함께 사전 예방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