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제1저자: 황민지 연구원)은 교육 수준과 자살률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자살의 계층적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3044세의 청년 남성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을 가진 집단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집단에 비해 모든 조사 시기(1995-2020년)에서 자살률이 6.113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30~44세 초등학교 졸업 이하 남성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5년 288.2명, 2020년 251.4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인 27.3명에 비해 약 10배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높다고 알려진 캐나다 누나부트(Nunavut) 부족의 자살률이나 브라질 아마존 과라니(Guarani Kaiowa) 부족의 자살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 요인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격차와 계층 간의 불평등 문제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 남성의 높은 자살률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튼(Angus Deaton)의 ‘절망의 죽음’(Deaths of Despair) 이론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사회적 약자로서의 위치와 결합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명 교수는 “자살 문제를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신적 고통과 자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 예방 정책이 단순히 정신건강 지원을 넘어서 가난, 주거 불안정, 채무 문제 등 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연구는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완충 장치와 안전망 강화를 제안했다.
기명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사회적 약자층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정책이 시행되어야만 자살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사회의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Social Science and Medicine>에 <자살률 증가와 감소 시기의 자살 불평등 변화: 1995-2020년 한국의 상황’(Changes in suicide inequalities in the context of an increase and a decrease in suicide mortality: The case of South Korea, 1995-2020)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자살 문제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