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준 교수 / 고대구로병원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출산과 임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이 36%를 넘어서는 등 고령 임신이 보편화되면서 이에 따른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조금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 산모에게 특히 위험한 질환 중 하나인 ‘임신중독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독증은 전자간증 또는 자간전증이라고도 불리며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신장 등 다양한 장기에 손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최근 고령 산모의 증가와 함께 기저질환(고혈압, 당뇨 등)을 가진 임신이 많아지면서 임신중독증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질환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진단, 치료, 분만 이후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임신중독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혈압 상승, 거품뇨(단백뇨), 심한 두통, 명치 부위 통증, 시각 장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체액 저류로 부종이 심해지거나 1주일간 체중이 1kg 이상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보통 임신 20주 이후, 기존에 고혈압 병력이 없는 산모에게 고혈압(수축기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과 단백뇨가 동시에 관찰될 때 이뤄진다.

단백뇨가 없더라도, 혈압이 수축기 16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110mmHg 이상인 경우, 혈소판 감소증, 간 수치 상승, 폐부종, 신장 기능 악화, 심한 두통이나 시각장애 등이 동반되면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되고,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임신중독증이 심해질 경우,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자간증(경련 발생)이다. 경련은 산모의 사망이나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분만 전·중·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경련 전 심한 두통, 시야 흐림, 눈부심, 의식 저하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또 다른 치명적인 합병증은 HELLP증후군이다. 이는 적혈구 용혈, 간효소 상승,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으로, 전체 임신중독증 환자의 15%가 고혈압이나 단백뇨 없이 HELLP증후군으로 시작된다.

우측 상복부 통증, 전신 피로감이 주요 증상이며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태아의 성장이 지연되거나 양수량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심할 경우, 태반이 자궁벽에서 조기에 분리되는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해 긴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임신 주수가 아직 낮다면, 태아의 장기 성숙을 기다리기 위해 최대한 임신을 유지하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산모 또는 태아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 분만이 최우선 조치가 된다.

임신중독증은 고위험군 산모에게서 특히 발생률이 높다. 고위험군에는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 경험 ▲다태아 임신 ▲임신 전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경우 등이 포함된다.

또한, ▲초산 ▲35세 이상 ▲BMI 30 이상 ▲가족력 ▲이전 저체중아 출산 경험 등이 있는 경우 중등위험군으로 분류되어 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조금준 교수는 "특히 최근 35세 이상 초산모가 증가하고 있어 임신중독증 위험군에 해당하는 임산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위험요소가 없더라도 모든 임산부가 임신중독증의 위험성과 증상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독증 고위험군 산모는 임신 12주~28주 사이에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면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중등위험인자가 2개 이상이거나, 높은위험인자가 1개라도 있는 경우 전문의 상담 후 예방적 아스피린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임신중독증을 겪은 산모는 분만 후에도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압,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체중 관리, 운동, 금연 등 건강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을 지속해야 한다.

조금준 교수는 "임신중독증은 단순히 임신 중에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산모의 평생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분만 이후에도 체계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