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인 교수 / 강원대병원

강원대병원 신장내과 박지인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혈액투석 환자의 빈혈을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빈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말기신장질환 환자들은 신장 기능의 저하로 인해 적혈구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빈혈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따라 혈액투석 환자들은 ‘적혈구생성자극제(Erythropoiesis-Stimulating Agent, ESA)’를 주기적으로 투여받는데 이 약물은 반응이 환자마다 달라 적정 투여량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ESA의 용량이 과하거나 부족할 경우 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변동하며, 이는 심혈관계 합병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강원대병원에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 252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 ‘GAM(GRU-Attention-based Module)’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환자 상태를 정밀하게 추적하면서 ▲익월 혈색소 수치 예측 ▲적정 ESA 용량 추천 ▲혈색소 급감에 따른 수혈 필요 예측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 결과 GAM 모델은 기존의 선형 회귀, XGBoost, 다층 퍼셉트론(MLP), GRU 모델 등과 비교해 모든 예측 항목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혈색소 수치 예측에 있어 결정계수는 0.60을 기록했으며, ESA 용량 추천 정확도는 78%, 수혈 필요성 예측 정확도는 99%(재현율 98%)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GAM이 의료진과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도 GAM이 제시한 용량이 실제로 혈색소 수치를 정상 범위로 더 잘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의료진의 판단을 보완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진료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 도구로써 AI가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지인 교수는 “AI 기술이 의료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치료의 방향을 제시하고 환자의 예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의료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 앞으로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실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AI 모델이 의료 현장에서 높은 정확도와 유용성을 입증한 사례로 향후 혈액투석 외에도 다양한 만성질환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Scientific Reports’(2024년 11월호)에 게재되며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GAM 모델은 앞으로 혈액투석 환자에게 정밀하게 맞춤화된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AI 기반 예측 플랫폼’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