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찬 교수 / 고려대안산병원
어지럼증은 일상 속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되는 만성 어지럼증은 환자에게 큰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준다.
이에 대한 정보와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관리 방식이나 회복 전략은 여전히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의학적으로 ‘어지럼증’은 단순히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보통 전정(평형) 기능이 자세 균형을 전적으로 담당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시각 정보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크게 기여하며 여기에 체성감각까지 다양한 감각이 통합돼야 비로소 우리 몸이 중심을 잡고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문제는 전정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다. 건강한 경우에는 뇌가 스스로 이를 인지해 상대적으로 무리 없는 반대측 전정 기능을 보완하고 시각 및 다른 감각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지럼증을 완화한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이 보상(대처) 과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어지럼증이 만성화되는 사례에서 특정 귀질환이나 신경학적 손상을 고집스럽게 찾으려 하기보다는 왜 뇌가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나윤찬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만성 어지럼증은 오래된 전정 기능 손상 자체가 아니라 손상된 후 재정비돼야 할 균형 회복 과정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어지럼증 완화를 위해 안정제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공황장애·우울증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경우, 혹은 나이가 많아 신체 전반의 보상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은 회복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환자의 생활 습관과 심리 상태부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지럼증 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 동반 질환이나 불안 장애 등 모든 요인을 확인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조치해야 한다.
또한, 전정 기능 손상 후 어긋난 여러 감각의 조율을 다시 훈련하는 ‘개인 맞춤형 전정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이는 시각·전정·체성감각을 적절히 활용해 뇌가 새로운 균형 상태를 학습하고 어지럼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 교수는 “긴 시간 어지럼증으로 고생하는 분이라면, 단순히 원인을 특정 질환에만 한정해서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뇌가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해 요소가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정확한 평가와 체계적인 치료가 이뤄지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만성 어지럼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만성 어지럼증은 한 가지 방법으로 쉽게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원인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전정재활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이고 맞춤형 접근이 이뤄지면 상당한 정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만성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의 질이 크게 떨어져 있다고 느낀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세밀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해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