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슈는 대만로슈와 공동으로 연령 관련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 환자들의 실제 치료 경험과 인식을 AI 기술을 활용해 분석한 디지털 리스닝(Digital Listening)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BMC Medical Informatics and Decision Making> 3월호에 게재되며 학문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23년 1월 23일부터 4월 6일까지 약 세 달간 한국과 대만에서 황반변성 관련 질환을 경험한 환자 약 9750명이 온라인에 남긴 총 13만 건의 게시글을 AI 기반 의미기반 자연어처리(Semantic NLP) 기술로 분석한 결과다.
이 기술은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문맥과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어 환자의 실제 경험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황반변성은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망막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명의 환자가 존재하며 국내에서도 최근 5년 사이 환자 수가 150% 이상 증가하는 등 빠르게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국내 환자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약 60%를 차지하며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사회적, 의료적 대응이 중요한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황반변성 환자들이 치료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치료 효과(48%)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병의 진행 속도, 효과 지속성, 눈에 띄는 개선 등 해부학적·생리학적 측면까지 포함한다. 이어 ▲비용 및 보험 급여 여부(33%), ▲내약성(10%), ▲의료진·병원 권고(9%) 순이었다.
환자들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치료 기대 효과는 ▲부종 감소(32%)였으며, 이외에도 암점 감소, 시력 향상, 유리체 부유물 제거 등 다양한 증상 개선이 언급됐다.
반면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은 ▲내약성 문제(27%), ▲경제적 부담(20%), ▲병원 선택 어려움(18%), ▲정서적 스트레스(14%)로 나타났다. 특히 시력 저하는 내약성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에 대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응답자 중 약 81%는 1~2회의 주사 치료 후 치료를 변경하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치료를 중단한 주요 이유는 ▲효과 부족(36%)과 ▲자각 증상 호전으로 인한 자의적 중단(18%)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약성 문제 등 어려움을 겪은 환자들의 77%는 치료를 유지했으며 13%는 치료제를 변경하고 9%만이 치료를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를 지속한 주요 이유로는 ▲실명에 대한 두려움(41%)과 ▲질환 악화 우려(37%)가 꼽혔다.
이러한 결과는 황반변성 환자들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질환 진행 억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치료 병원 및 의료진을 선택할 때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컸으며 약 70%의 환자가 다른 환자, 보호자, 의료진의 온라인 정보를 참고해 병원이나 치료제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환자의 경험 공유와 정보 확산이 치료 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로슈는 이번 연구 외에도 환자 중심의 접근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는 안과 분야 최초의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와 달리 VEGF-A와 함께 안지오포이에틴-2(Ang-2)를 동시에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바비스모는 식약처로부터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 등 총 3개의 적응증에 대해 허가를 받았으며 이 중 일부에 대해 급여 적용도 받고 있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TENEYA 및 LUCERNE)에 따르면 바비스모는 기존 치료제 애플리버셉트 대비 더 빠른 망막액 제거와 더 적은 투여 횟수로 유사한 시력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바비스모 투여군의 75%는 초기 2회 투여(8주) 후 망막액이 소실된 반면 대조군은 3회 투여(12주) 이후 같은 수준의 개선을 보였다.
또한, 2년 차에는 바비스모 투여군이 연평균 3회 투여만으로도 황반 중심두께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망막학회 박규형 회장은 “디지털 리스닝 연구는 환자 중심의 치료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AI 기술을 통해 환자들의 실제 고민과 니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어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망막질환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혁신으로 연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로슈는 앞으로도 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기반 접근을 통해 치료 혁신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기술과 인간 중심 접근이 만났을 때 보다 진정성 있는 의료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