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섭 교수, 박혜시 연구원, 김수현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국내 연구진이 제브라피쉬의 색각(색 구분 능력) 상태를 빠르고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기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복잡한 장비나 조직검사 없이 행동 분석만으로 색각 기능 저하를 확인할 수 있어 유전 질환 연구나 약물 독성으로 인한 시각 손상의 조기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엄영섭 교수, 박혜시 연구원, 의생명연구센터 김수현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색맹 실험동물 모델인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새롭게 고안한 색각검사 기법의 효용성을 검증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최근 실험동물 분야 최고 수준의 학술지 Lab Animal에 ‘Assessment of a novel color vision optomotor response assay in zebrafish larvae with red cone abl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기법은 적·녹색 자극을 이용해 제브라피쉬의 반응 속도와 이동 패턴을 측정, 원추세포(망막의 색상 감지 시각세포) 손실이 색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적색 원추세포 제거가 가능한 유전자 조작 제브라피쉬 치어(5일령)를 대상으로 메트로니다졸 약물에 0시간, 12시간, 24시간 노출한 세 그룹을 설정했다.

메트로니다졸은 원충 감염 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적색 원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활용됐다. 이후 안구 조직절편에서 형광 단백질(mCherry) 면적을 측정해 실제 세포 손실 정도를 확인하고 개발한 색각검사 기법으로 색 자극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24시간 처리군에서 원추세포 면적과 색각 반응 모두 가장 크게 감소해 적색 원추세포 손실이 심할수록 적색 인지 능력도 현저히 저하되는 것이 입증됐다.

엄 교수는 “이번 색각검사 기법은 제브라피쉬의 색각 상태를 기존 방법보다 신속하고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다양한 안과 질환 모델의 색각 분석뿐만 아니라 유전 질환 연구와 약물 효과 검증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당 색각검사법을 표준화해 동물 실험 시 시각 기능 평가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색각 변화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