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년간(2020~2024년) 전국 주요 하수처리장에서 실시한 하수역학 조사를 통해 국내 불법 마약류 사용 추정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올해부터는 분석 대상 성분도 기존 15종에서 200여 종으로 확대해 감시체계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수역학 조사’는 특정 지역 하수처리장에 유입된 하수에서 마약류 성분을 추출해 분석하고 유입 인구 및 하수 유량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과학적 모니터링 기법이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마약류 사용 경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팀이 지난 5년간 조사사업을 주관했다.
전국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는 17개 시도 34개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 MDMA(엑스터시), 코카인 등 주요 불법 마약류의 사용 추정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가장 주목할 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트암페타민의 사용 추정량이 2020년 24.16mg에서 2024년 9.86mg으로 약 59% 감소한 것이다. 이는 미국(2,667mg), 호주(1,446mg), 유럽(42mg)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MDMA의 경우 2022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24년에는 0.62mg로 떨어졌으며 코카인 역시 2023년 1.43mg에서 2024년 1.23mg으로 줄었다.
한편 LSD는 2020년에만 소량 검출되었고, 대마는 전 기간 동안 검출한계 미만으로 나타나 국내 유통량이 미미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지역별 분석에서는 인천과 경기 시화지역의 메트암페타민 사용 추정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추가 조사된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총 12개 하수처리장)의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전국 평균 대비 약 141% 수준으로 대검찰청 발표 외국인 마약 사범 증가 추세와 일치했다.
이에 정부는 경찰청·대검찰청 등과 연계하여 외국인 밀집 시설에 대한 범정부 합동 단속을 강화하고, 마약류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기존 15종이던 분석 대상 마약 성분을 의료용 및 신종 마약류를 포함한 200여 종으로 대폭 확대하고, 하수역학 조사체계를 정교하게 고도화하는 ‘우리동네 하수 감시망’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배수 분구 내 10개 이상 지점에서 추가 채수를 진행하고,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경우 해당 건물의 정화조 등에서 추가 채수하여 원인을 추적할 계획이다.
또한, 중독자의 실제 사용 패턴을 정밀 분석하기 위해 마약류 중독자가 방문한 의료기관과 연계한 코호트 연구도 시작된다.
하수 분석 결과와 인체 시료 분석 결과를 비교하여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향후 중독자 지원 정책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에 데이터사이언스를 접목해 하수역학 데이터와 사회·인구·경제 지표(거주 인구, 소득 수준, 범죄율, 유동 인구 등)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약류 사용지역의 특성과 영향을 파악하고, 고위험 지역에 대한 맞춤형 예방 및 단속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유흥시설 밀집 상업지구에서 주말 저녁 시간대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을 경우 해당 지역의 마약 검출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외국인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코카인 등 특정 마약의 검출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
오유경 처장은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5년 연속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대한 경고이며 이를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단호한 대응과 함께 마약류 사용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마약류 사용 추정량의 감소는 수사 및 예방 교육의 효과일 수 있지만, 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조사와 중독 예방·재활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마약류 불법 사용 실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하수역학 조사 결과를 수사기관 및 지자체에 공유해 예방 교육과 단속 활동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