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뇌심부자극기(Deep Brain Stimulator, DBS)를 제거하지 않고 고집적 초음파(MRgFUS: Magnetic Resonance-guided Focused Ultrasound) 수술을 시행해 난치성 무도증 환자의 치료에 성공하며 신경외과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무도증은 얼굴, 팔, 다리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갑작스럽고 불규칙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증 이상운동질환으로 유전적 요인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기존 치료법인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을 경우 뇌심부자극기 이식이 시도되지만 이 역시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최근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이상운동질환 치료의 새로운 비침습적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체내에 금속 전극이 이식된 뇌심부자극기(DBS)가 MRI 영상의 정확도를 저해하고 초음파 전달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DBS가 삽입된 상태에서는 고집적 초음파 수술 자체가 ‘금기’로 여겨져 왔다.
장진우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기존의 의료적 한계를 뛰어넘었다. 2년 전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담창구(Globus Pallidus Internus, GPi)에 DBS를 이식했으나 치료 효과가 없었던 69세 남성 환자에게, DBS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집적 초음파를 이용한 담창시상회로 절제술(Pallidothalamic Tractotomy, PTT)을 시행한 것이다.
연구팀은 수술 전 초음파 에너지의 전달 경로를 정밀히 계산하고 DBS 전극과의 거리를 고려하여 초음파 투과 금지 구역을 설정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초음파의 강도와 방향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전극 간 간섭을 최소화했으며 결과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이후 환자는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고,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수술은 DBS를 제거하는 추가 수술 없이 비침습적 수술만으로 난치성 무도증을 치료한 세계 첫 사례로 기존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의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장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심부자극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고집적 초음파 수술이 DBS 이식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이상운동질환 치료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MRgFUS pallidothalamic tractotomy following GPi DBS in a patient with refractory hemichorea: A case report’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Brain Stimulation 2024년 3월호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신경자극 및 뇌 기능 조절 분야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저널로 본 연구는 그 임상적 혁신성과 안전성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뇌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혁신적 치료법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