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염종성 장질환인 크론병의 진단과 치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정밀 영상기법과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송주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크론병의 진단·모니터링·치료 전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비침습 검사와 유전 기반 맞춤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으로 식도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10~20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일반적인 장염과 달리 장벽 전층에 염증이 발생하고 병변이 연속적이지 않아 ‘건너뛰는 병변’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단일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고 ▲병력 평가 ▲혈액·대변 검사 ▲내시경 검사 ▲영상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특히 소장 침범이 흔하기 때문에 MR 엔테로그래피(MRE)를 통한 협착 여부, 농양·치루 등 장관 외 합병증 확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 결핵·CMV 장염 등 증상이 유사한 감염성 장질환을 정확하게 배제해야 최종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 목표가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점막 치유’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정확하고 반복 가능한 염증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MRE나 CT 검사는 비용·시간·방사선 노출 등의 한계가 있었다.
건국대병원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럽에서 표준화된 장초음파(Intestinal Ultrasound)를 도입하고 있다.
장초음파는 금식이나 장정결이 필요 없는 비침습 검사로 장벽 두께·혈류·염증 활성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혜 교수는 “장초음파는 환자의 부담이 거의 없는 검사지만 염증 변화나 약물 반응을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어 크론병 관리에 매우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활용하면 진료 효율성과 환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론병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염증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 치료가 우선 적용되며 이후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제제, 소분자 제제 등으로 관해 유지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면역조절제인 아자티오프린(AZA)을 투여할 경우 TPMT·NUDT15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의 약물 대사 능력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통해 심각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안전한 투약이 가능하다.
이후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를 사용할 때는 약제 특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연령 ▲염증 부위 ▲투여 방식 선호도 ▲질환 경과 등을 고려해 개인별 치료 전략을 세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공유 의사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송 교수는 “국내 크론병 환자는 서양보다 소장 침범 비율이 높아 소장 평가가 특히 중요하지만, MRE와 내시경은 준비 과정이 힘들고 반복 검사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며 “장초음파는 비침습적이고 즉각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 크론병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크론병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인 질환이므로 정확한 진단·유전 기반 맞춤 치료·정기적 모니터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새로운 영상 기법의 도입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