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회식과 술자리가 늘어나는 시기가 되면서 과도한 음주로 인한 소화기 질환 위험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폭음은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전문가들은 폭음 이후 복부 통증이 지속될 경우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십이지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췌장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췌장 조직을 스스로 손상시키는 염증성 질환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소화효소가 식품 분해에 사용되지만,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경우 효소가 췌장 내에서 먼저 활성화되며 염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패혈증,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과 과도한 음주다. 담석이 담관을 막아 췌장관 배출을 저해할 경우 췌장 내부에 소화효소가 정체되면서 염증을 유발한다.
음주는 췌장의 분비 기능을 저하시키고 급성뿐 아니라 만성 췌장염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고중성지방혈증, 바이러스 감염, 외상,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극심한 상복부 통증이다. 통증은 등으로 뻗치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구토, 메스꺼움, 발열이 동반될 수 있다.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호흡곤란, 혈압 저하,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은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급성 췌장염 환자의 경우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상승하는 것이 특징이며 복부 CT·MRI·초음파 검사에서는 췌장의 부종, 염증 범위, 괴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담석 여부 평가 역시 중요한 요소다. 임상 증상, 혈액검사, 영상검사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된다.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와 보존적 치료로 나뉜다. 음주가 원인일 경우 금주가 필수이며 담석으로 인한 췌장염은 내시경을 통해 담석을 제거해야 한다.
고중성지방혈증에 의한 경우에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보존적 치료는 췌장을 쉬게 하고 염증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금식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액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가 사용되며, 경증 환자는 수일 내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췌장 괴사나 다발성 장기부전이 나타난 중증 환자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투석요법, 승압제 투여, 항생제 치료,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요구될 수 있으며, 감염을 동반한 괴사가 확인되면 내시경적 괴사 제거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현종진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급성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리한 음주를 피하고 담석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연말처럼 폭음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음 후 지속되는 복부 통증을 단순한 숙취로 오인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하며, 고지방 식습관·비만·고중성지방혈증 등 담석 위험 요인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